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 개인전
안녕하세요 :)
TrenD.랄라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론 뮤익의 첫 아시아 개인전을 다녀왔습니다.
총 10점의 조각 작품과
작가의 작업 과정을 담은 자료도 함께 전시되고 있어요.
극사실주의 조각의 거장을 만나러 가볼까요?
Let's Go~!
Ron Mueck (1958- ) 전시 정보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지하 1층 5,6 전시실 (홈페이지 링크 참조)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 안국역 1번 출구 방면, 지도 보기 클릭 )
기간: 2025.04.11.(금) ~ 2025.07.13.(일)
관람료: 5,000원
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전시소개: 호주 태생의 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첫 개인전. 이번 전시는 2017년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Mass›(2017) 작품을 중심으로 론 뮤익의 가장 대표적인 조각 작품 10점과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의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 등 총 30여 점을 선보인다. 인간의 존재와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스펙터클한 극사실주의 조각 작품을 통해 예술과 철학적 의미를 사유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작가 소개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독일계 부모 아래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조각가입니다. 현대 인물 조각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의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인간의 삶과 감정을 사실적이고도 강렬하게 표현하는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대형 설치 작품 '매스(Mass)' 등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감정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미술관에 도착해서 너무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게 되었다는 기쁨에 후다닥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1층 인포데스크에서 구매하시면 되는데 할인이 적용되는 대상이신 분들은 따로 확인해 주세요! 인포데스크 뒤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오늘 목적지인 5,6 전시장이 나옵니다.
괜히 기분 좋아서 티켓과 브로슈어, 홍보영상을 인증샷으로 함께 남겨봅니다. 전시가 정말 기대가 됐어요!
론 뮤익 전시의 시작은 5 관부터입니다. 커다랗게 적힌 제목이 멀리서도 눈에 들어옵니다. 입구 찾으실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아요. 입구 쪽에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역시 요즘 핫한 아티스트 답습니다.
티켓은 입구에 있는 게이트에 태그를 하시면 되고 한번 입장 후 출구로 나오면 재입장이 어려우니 반드시 충분히 작품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세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김영하의 목소리로 오디오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가 집중을 돕습니다. 꼭 전시장 벽면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을 보세요. 훨씬 더 알찬 시간이 될 겁니다. :) 국립현대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는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전시를 모두 보고 난 후 아쉬우시다면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너무 후한 서비스네요!
가장 첫 번째로 마주한 작품은 커다란 얼굴의 작품 < 마스크 II>입니다. 실제 얼굴의 4배에 가까운 크기로 제작된 론 뮤익의 자화상이에요. 곤히 잠든 듯한 눈을 감은 얼굴과 아래에 받침대에 살짝 눌린 디테일까지 마치 내가 소인국에서 온 사람과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앞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보면서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엄청난 사실적인 얼굴 표현과 달리 뒷모습은 작품 제목 그대로 마스크와 같이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보면 대상의 존재에 대해 색다른 감정을 갖게 됩니다. 실제 크기를 왜곡하면서 기존의 선입견을 전복시키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죠.
그 옆에 있는 작품은 <나뭇가지를 든 여인>입니다. 한껏 허리를 뒤로 젖혀 짐을 들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여인은 발가벗고 있지만 당차게 두 다리로 무게를 버티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발가벗고 있는 피부에 생긴 생채기와 실제 사람의 크기보다 작은 사이즈로 제작된 탓에 관람자로 하여금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어떠한 대상을 관찰하도록 비유적으로 표현된 모습을 감상하게 합니다..
역동적인 자세는 불규칙적인 나뭇가지들과 대조를 이루고 방향성을 강조하며 마치 금방이라도 이영차! 하며 살아 움직일 것 같은 효과를 줍니다. 이 여인의 얼굴 표정은 자신의 역할에 집중하는 듯하면서도 주변을 응시하는 듯한 시선처리로 복잡한 감정이 드러나 있습니다.
론 뮤익의 작품은 주변을 돌면서 사방으로 감상을 해주셔야 합니다. 작품이 전시장 중앙에 위치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 입니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작품이 주는 느낌이 제각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음 작품은 론 뮤익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침대에서>입니다. 이 여성은 엄청 큰 규모로 만들어져 있어 우선 사이즈에 압도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흠잡을 수 없을 정도의 정교한 얼굴의 사실적 표현에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되죠. 관람객들이 서 있는데 그녀가 구부린 무릎 높이에도 키가 미치지 못할 정도의 크기를 보세요!
침대에 누워있는 여인은 허공에 시선을 두고 마치 골똘히 생각에 빠진 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침대라는 사적인 영역에 침범한 관람객들 임에도 불구하고 시선이 마주칠 걱정 없이 눈치 보지 않고 그녀의 얼굴을 샅샅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보게 되는 작품은 약간의 재치가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간 닭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할아버지의 호전적인 자세가 어떤 드라마틱한 순간을 연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싸움을 하는 걸까요? 어떤 협상을 하는 걸까요? 싸움의 장면이라기에는 노인의 표정이 다소 기력이 쇠해 보이긴 합니다. 어떤 정치인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한편 닭은 왠지 모르게 금방이라도 푸드덕 거리며 도움닫기를 할 것 같아요.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작품입니다.
왜 제목이 유령인지 궁금한 작품입니다. 사춘기 소녀들이 자신의 변해가는 몸에 대한 당혹감을 비정상적 크기로 제작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대상과 동일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유령을 보았을 때의 감정과 동일하다는 의미일까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2014년에 제작된 것으로, 초기 작품보다 정교해진 그의 테크닉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998년 첫 번째 에디션으로 제작된 작품은 현재 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가 가장 신경 쓴다는 피부 질감을 보세요. 정말 놀랍습니다.
다음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인가 은밀하게 속삭이는 모습이 다정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작품의 뒷모습을 보면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강하게 붙잡고 있습니다. 여성의 손이 어색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마치 벗어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듯합니다. 무엇인가를 강요당하는 장면일까요? 작품의 제목이 연인이지만 정말 연인이 맞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암시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작가의 발상이 기발하고 섬세합니다.
전시장의 작품들 중 가장 암울하다고 느꼈던 작품입니다. <쇼핑하는 여인>이라는 화려한 제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엄숙해지기까지 합니다. 쇼핑이라기보다는 장을 보는 여인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머니 연작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여성들이 감내하는 출산과 육아, 가사 노동의 고단함이 이 장면 하나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여성의 품에 안긴 아기는 엄마를 간절하게 올려다보고 있는 생존 본능이 강한 생명체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공허하고 생기 없는 눈빛은 허공에 머무르며 어린 아기와는 대조적으로 느껴집니다. 무슨 생각을 이렇게 하고 있을까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기의 손이 엄마의 가슴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확인해 보세요!
5 전시실의 마지막 작품은 포스터에도 나와있는 론 뮤익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해골이 군집을 이루어 벽면 가득히 쌓인 모습은 작품의 의미를 파악하기도 전에 관람객들을 압도합니다. 작가에게 두개골은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복합적 오브제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작가는 작품 사이를 관객으로 하여금 걷게 만들었는데 작품에 더 깊이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입니다.
영어로 Mass는 더미, 무리, 군중을 뜻하며, 종교적 의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다의적 제목을 생각하며 두개골 사이를 거닐며 작품에 몰입하는 관람객들은 죽은 자에 대한 경의에서부터, 역사적 비극에 대한 추모까지 점점 더 확장되는 작품의 의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전시 장소마다 공간의 특성을 반영해 다른 형태로 배치됨으로써 매번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고 하니 현대국립미술관의 배치 방식은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거죠.
5관을 나오면 인생극장이라는 체험형 콘텐츠를 만날 수 있습니다. 론 뮤익의 작품들과 연관 있는 주제로 상호작용 UI를 통해 사색하게 합니다. 그리고 주제에 맞는 글귀들과 더불어 관객에게도 글을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나태주 시인과 그의 딸 나민애 교수가 '응시의 순간'을 주제로 쓴 시도 있으니 꼭 보세요!
게임처럼 마우스와 키보드를 활용해 직접 컨트롤하면서 단어를 찾는 여정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질문이 나오면 자신의 답을 진솔하게 적어볼 수 있고 영상 끝에는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답변도 볼 수 있어요.
자 잠시 쉬었다가 6관의 전시를 마저 보러 갑니다.
역시나 티켓은 입구에서 태그를 하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두 번째 전시장에서 마주한 작품은 배를 타고 있는 남성의 모습입니다. 배의 크기가 실제로 보면 꽤 큰데 혼자서 표류하고 있는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론 뮤익의 다른 작품들과 같이 시선의 의미는 모호합니다. 고요하면서도 고독의 감정을 지배하고 있는 듯한 그는 자기만의 세상에 있는 듯합니다.
론 뮤익은 자신이 조각해 낸 인물에 대해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방 안에 놓인 사물이다’라고 했습니다. 남성은 인간처럼 섬세하게 재현됐지만 현실 속의 인물이 아니며 어딘가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지된 상태에 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놓인 사물에 불과합니다. 그의 서사를 상상하고 만드는 것은 그를 바라보는 관객인 것입니다.
배를 탄 남자 옆에는 작품을 보기해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뮤익의 마지막 작품은 줄을 서서 관람하셔야 해요. 평일 오후에 방문했는데도 구불구불하게 2-3번 정도 굽이친 줄입니다. 작가의 인기를 다시금 실감하네요.
이 작품은 한줄기의 빛도 허락하지 않은 암실과 같은 방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방 입구에서 살짝 보고 나올 수 있어요. 직원이 너무 오래 머물지 않도록 통제를 하지만 충분히 관람하고 나올 수 있는 시간이니 걱정 마세요.
처음에 저는 대기하면서 슬쩍 봤을 때 이 작품이 영상인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눈도 깜빡이는 것 같은 착각도 했어요;;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조각품입니다. 작가는 어둠을 통해 대상의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그림자와 함께 드러난 얼굴의 윤곽이 극적으로 보이며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렇게 작품들을 다 보고 나면 지하로 내려갑니다. 그곳에는 프랑스 사진작가 고티에 드블롱드가 25년 간 론 뮤익의 작업 과정을 기록한 사진 12점을 전시해 두었습니다. 정말 귀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동영상을 촬영하긴 했지만 직접 가서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전문가가 찍은 사진이라 품질도 너무 좋고 작가의 작업 환경도 보실 수 있답니다. 사진 속에서 작품을 하는 작가의 섬세하고 고독한 시간을 간접 경험해 보세요.
6관의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이번에는 인생서점 콘텐츠가 있습니다. 론 뮤익의 작품과 연결되는 주제의 그림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자유롭게 보실 수 있어요. 한편에는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도록 계단식 의자와 스탠드,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답니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조각으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론 뮤익의 작업은 표면에 집중함으로써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정교하고 사실적인 기술과 표현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는 그의 작품은 우리가 맞닥뜨린 불안과 고독, 관계의 의미를 탐구하면서 시대의 자화상을 눈앞에 펼쳐 보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너무나도 쉽게 재현해 낼 수 있는 지금 시대에 오랜 시간과 노동을 거쳐 만들어낸 조각가의 작업물의 가치가 오롯이 전해지는 감동적인 전시입니다.
론 뮤익의 작품은 단순히 “리얼하다”는 말을 넘어서
“존재”와 “죽음”, 그리고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놀라고 두려우면서도 경외로운
론 뮤익의 작품을 직접 보러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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